지구를 청소하는 바닷속 진공청소기
여러분, 위협을 느끼면 자기 내장을 몸 밖으로 뿜어내는 동물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로테스크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해삼이 하는 행동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인 방어 전략을 가진 이 물렁한 생물이, 사실은 바다 밑바닥을 청소하며 해양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숨은 일꾼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못생겼다는 오해를 받지만 알고 보면 놀라운 능력을 가진 해삼의 세계를 함께 알아볼게요.
내장을 쏘아내고 도망친다는 극단적 방어술
해삼은 앞서 살펴봤던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극피동물에 속하는 생물이에요. 그래서 그 사촌답게, 해삼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독특한 방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식자에게 붙잡히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부 해삼 종은 항문을 통해 몸속 내장 기관 일부를 순식간에 몸 밖으로 뿜어내는 행동을 보여요. 이 현상을 '내장 배출(evisceration)'이라고 부르는데, 미국 스미소니언해양연구소(Smithsonian Marine Station)에 따르면 뿜어져 나온 내장 조직은 끈적끈적하고 때로는 독성을 띠기도 해서, 포식자가 이를 처리하는 사이 해삼은 그 틈을 타 몸을 웅크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 내장을 통째로 잃어버려도 해삼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앞서 불가사리 재생 능력 이야기에서 살펴봤던 극피동물 특유의 강력한 재생력 덕분에, 해삼은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잃어버린 소화기관을 처음부터 다시 완전하게 재생해낼 수 있다고 해요.
일부 종은 이런 극단적 방어 외에도, 몸 뒤쪽 특수한 관을 통해 '큐비에관(Cuvierian tubule)'이라는 끈적한 흰색 실 같은 물질을 발사하기도 하는데, 이 물질은 물속에서 순식간에 늘어나며 포식자의 몸을 그물처럼 뒤엉키게 만들어 움직임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삼의 이런 방어 전략은 대가가 크지만 확실한 효과를 내는 방식이에요. 신체 일부를 완전히 희생하는 대신, 확실하게 목숨을 건지는 거죠.

["sea cucumber ocean floor crawling" / "해삼 바다바닥 기어가기"
바다 밑바닥을 청소하는 지렁이 같은 존재
해삼의 방어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생태계에서의 역할이에요.
해삼은 바다 밑바닥의 모래와 퇴적물을 입으로 삼킨 뒤, 그 안에 섞인 유기물과 죽은 생물 잔해를 걸러 소화하고 나머지 모래는 다시 배출하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해요. 이는 육지의 지렁이가 흙을 갈아엎으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과정과 놀랍도록 비슷한 원리예요.
호주 제임스쿡대학교(James Cook University) 연구팀에 따르면, 해삼이 이렇게 퇴적물을 지속적으로 걸러내는 과정에서 바닥에 쌓인 유기물 찌꺼기가 분해되고, 산소가 퇴적물 깊숙한 곳까지 순환되는 효과가 생긴다고 해요. 이런 활동은 해저 퇴적물의 화학적 균형을 유지하고, 해양 산성화로 인한 국소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산호초 주변에 서식하는 해삼은, 앞서 살펴본 산호 백화 현상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해삼이 배출하는 물질이 주변 바닷물의 산성도를 국소적으로 낮춰줘서, 산호가 탄산칼슘 골격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귀한 몸값 때문에 벌어지는 남획 문제
이렇게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해삼이지만, 최근 심각한 남획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요.
해삼은 특히 아시아권에서 고급 식재료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고, 말린 해삼은 한 근에 상당한 고가로 거래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수요 때문에 태평양과 인도양 여러 산호초 지역에서 해삼 남획이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IUCN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중요한 해삼 종 중 상당수가 이미 취약종에서 위기종에 이르는 멸종위기 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특히 성장 속도가 느리고 한곳에 정착해 사는 습성 때문에 한번 개체수가 줄어들면 회복이 매우 더디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요. 해삼이 사라진 해역에서는 퇴적물 정화 기능이 약해지면서, 주변 산호초와 해초 생태계 전체의 건강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해삼을 어떻게 보게 되셨나요
오늘은 위협을 느끼면 내장까지 내던지는 극단적인 방어술을 가졌으면서도, 바다 밑바닥을 묵묵히 청소하며 생태계를 지키는 해삼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봤어요. 못생기고 물렁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이렇게 정교한 생존 전략과 중요한 생태학적 역할이 숨어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은 해삼에 대해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스미소니언해양연구소(Smithsonian Marine Station), 해삼 내장 배출 방어 메커니즘 연구
제임스쿡대학교(James Cook University), 해삼의 퇴적물 정화 및 생태계 역할 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해삼 남획 및 멸종위기 등급 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