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없이 상어에 철썩 달라붙는 물고기
여러분, 상어나 고래의 몸에 딱 달라붙어서 함께 바다를 누비는 작은 물고기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이 물고기는 스스로 헤엄치는 수고를 거의 하지 않고, 힘센 동물의 몸에 붙어 다니며 공짜로 이동해요. 바로 빨판상어(remora)인데요. 이름은 상어이지만 상어와는 다른 무리의 물고기이고, 머리 위에 달린 독특한 흡착판 덕분에 이런 생활이 가능합니다. 오늘은 이 신기한 흡착판의 구조와, 인류가 이 물고기의 비밀을 배우고 있는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게요.
지느러미가 빨판으로 변한 물고기
빨판상어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 위쪽에 있는 타원형의 납작한 판이에요.
언뜻 보면 빨판 같지만, 사실 이건 등지느러미 하나가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변형된 것이에요.
미국 뉴저지공과대학교(NJIT)의 브룩 플람왕(Brooke Flammang) 연구팀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흡착판 안쪽에는 마치 블라인드 날개처럼 생긴 얇은 판(lamellae)이 줄지어 있다고 해요.
빨판상어가 숙주의 몸에 판을 대고 이 얇은 판들을 일으켜 세우면 판 안쪽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빨아들이는 힘이 생기고, 판 표면에 돋아난 작은 가시들이 피부와 마찰을 만들어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줍니다.
그런데 이 흡착판의 진짜 놀라움은 '조절 능력'이에요.
빨판상어는 판을 일으키거나 눕히는 방식으로 붙는 힘의 세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요.
숙주가 빠르게 헤엄칠 때는 단단히 달라붙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을 때는 힘을 풀고 미끄러지듯 몸을 옮기기도 합니다.
접착제도, 영구적인 고정도 아니에요. 필요할 때 붙고 필요할 때 떨어지는 이 '가역적 접착' 능력이 공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① 설명: 상어 몸에 흡착판으로 붙어 함께 이동하는 빨판상어의 모습
② 추천 검색어: "remora attached shark suction disc" / "빨판상어 흡착판 상어"]
숙주에게는 청소부, 빨판상어에게는 무료 택시
빨판상어가 숙주에 붙어 다니는 건 단순한 무임승차만은 아니에요.
숙주 몸에서 기생충을 떼어먹고, 숙주가 사냥하고 남긴 먹이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면서 영양을 얻어요.
앞서 살펴본 청소놀래기처럼, 큰 동물과 작은 물고기 사이에 형성된 독특한 관계의 한 사례인 셈이에요.
다만 학자들은 이 관계가 숙주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기생충 제거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고, 숙주 입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는 편한 동행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점은 이동 비용이에요.
빨판상어는 헤엄치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도 먼바다까지 이동할 수 있고, 숙주 덕분에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 효과도 누려요.
먹이가 풍부한 해역으로 계속 이동하는 큰 동물에 붙어 다니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먹이터와 짝을 만날 기회도 많아지겠죠.
사람이 빨판상어를 낚시 도구로 쓴 역사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이 물고기의 습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활용해왔다는 점이에요.
호주 토러스 해협 원주민을 비롯해 인도양과 카리브해 일부 지역에서는, 빨판상어 꼬리에 줄을 묶어서 바다에 풀어놓고 바다거북이나 큰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이 전해져 내려왔다고 해요.
빨판상어가 거북이나 큰 물고기를 발견하고 달라붙으면, 어부는 줄을 천천히 당겨서 빨판상어와 숙주를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기록은 16세기 유럽 탐험가들의 항해 기록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져요.
빨판상어의 빨판이 얼마나 강하게 붙는지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의료 기기와 해양 연구 장비로 번지는 응용
최근에는 빨판상어의 흡착 원리를 응용한 기술도 연구되고 있어요.
NJIT 연구팀과 미국 여러 대학 연구진은 빨판상어를 본뜬 접착 장치를 만들어 고래의 몸에 붙이는 해양 관측 태그에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기존 태그는 고래에게 상처를 내거나 쉽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빨판상어식 접착은 부드럽게 붙으면서도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분야에서도 피부에 부담 없이 붙였다 떼는 붕대나 센서 같은 응용이 가능하다고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어요.
바다 속 작은 물고기의 습성이, 사람의 기술을 한 걸음 앞으로 내딛게 만들고 있는 거죠.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빨판상어를 어떻게 보게 되셨나요
오늘은 머리 위의 독특한 흡착판으로 상어와 고래에 붙어 다니는 빨판상어의 신기한 삶을 알아봤어요.
접착제 없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자유롭게 하는 능력이, 이제 해양 연구 장비와 의료 기술에까지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작은 물고기 한 마리의 습성에서 인간의 미래 기술이 태어난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여러분은 빨판상어에 대해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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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뉴저지공과대학교(NJIT) 브룩 플람왕 연구팀, 빨판상어 흡착판 구조 및 접착 메커니즘 연구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Florida Museum of Natural History), 빨판상어 생태 관련 자료
빨판상어 전통 어업 및 생체모방 접착 기술 관련 해양생물학 연구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