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보이는 푸른 눈동자
여러분, 위성사진으로 카리브해를 내려다보면 청록빛 얕은 바다 한가운데 짙은 남색 원이 마치 눈동자처럼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곳이 바로 중앙아메리카 벨리즈 앞바다의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인데요. 지름이 300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구멍은 우주 비행사들의 사진에도 선명하게 찍힐 정도로 눈에 띕니다. 그런데 이 구멍은 처음부터 바다 속에 있었던 게 아니에요. 오늘은 바다 한가운데 뚫린 이 신비로운 구멍의 형성 과정을 함께 알아볼게요.
바다가 아니라 동굴이었던 곳
그레이트 블루홀은 벨리즈 해안에서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라이트하우스 리프(Lighthouse Reef)' 환초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요. 지름은 약 318미터, 깊이는 약 125미터에 달하는 거의 완벽한 원형의 해저 싱크홀입니다.
이 구멍이 만들어진 이야기는 약 1만 년 전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지구는 빙하가 지금보다 훨씬 넓게 뻗어 있어서 해수면이 현재보다 100미터 이상 낮았어요. 이때 이 지역은 바다가 아니라 육지였고, 석회암 지대에서는 빗물이 천천히 스며들며 암석을 녹여서 땅속에 거대한 동굴이 형성됐습니다.
이런 지형을 학계에서는 '카르스트 지형(karst topography)'이라고 부르는데,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동굴과 구멍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현상이에요.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연구팀에 따르면, 그레이트 블루홀 역시 이런 석회암 동굴이 여러 차례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요.
시간이 흘러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자, 이 석회암 동굴 지대는 서서히 바닷물 아래로 잠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동굴의 천장이 더 이상 위의 무게와 바닷물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는데, 이렇게 천장이 붕괴하면서 지금과 같은 거대한 원형 구멍이 완성된 거예요.
연구에 따르면 이런 붕괴는 한 번이 아니라 해수면이 오르내리는 시기마다 여러 차례 반복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블루홀 내부 벽면에서 서로 다른 높이의 석순 같은 구조물이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에요.

[① 설명: 하늘에서 내려다본 짙은 남색 원형의 블루홀과 주변의 청록빛 얕은 바다
② 추천 검색어: "Great Blue Hole Belize aerial view" / "벨리즈 블루홀 항공사진"]
진흙 속에 기록된 과거 기후의 타임캡슐
블루홀이 과학자들에게 특히 소중한 이유는, 깊은 바닥에 수천 년의 기후 기록이 고스란히 저장돼 있기 때문이에요.
블루홀 바닥에는 주변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퇴적물이 층층이 쌓여 있어요.
이 구멍은 깊고 좁은 데다 아래쪽 물이 거의 순환하지 않아서, 바닥에는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환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산소가 없으면 퇴적물을 파헤치고 분해하는 생물이 거의 살지 못해서, 쌓인 퇴적물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로 보존돼요.
2018년,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은 이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서, 과거 수천 년 동안 카리브해 지역에 발생한 폭풍과 허리케인의 기록을 분석했다고 밝혔어요.
이 분석 결과, 과거 마야 문명이 쇠퇴하던 시기와 겹치는 기간에 이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는 흔적도 확인됐다고 해요.
이처럼 블루홀의 퇴적물은 문명의 흥망과 기후 변화의 관계까지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자연 타임캡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중간에서 만나는 신비한 황화수소층
블루홀 안으로 잠수해 들어가면 또 다른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수심 약 90미터 부근부터는 바닷물 속에 황화수소가 짙게 섞인 층이 나타나는데, 이 층 아래쪽은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이 때문에 이 깊이에서는 마치 구름 같은 하얀 층이 물속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2018년에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과 심해 탐험가 프라비든 팀이 소형 잠수정을 타고 블루홀 바닥까지 내려가는 탐사를 진행해서 큰 화제를 모았어요.
이 탐사에서는 바닥에서 석순이 늘어서 있는 동굴 구조와, 산소 없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보존된 오래된 조개껍데기 등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블루홀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한때는 육지였고 동굴이었던 곳이 빙하기가 끝나며 바다 아래로 잠기고, 천장이 무너지며 거대한 구멍이 된 블루홀의 형성 과정을 알아봤어요.
그 구멍 바닥에 수천 년 전 기후의 기록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으신가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푸른 눈동자 같은 이 구멍이, 사실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거대한 타임캡슐이라는 점이 참 신비롭게 느껴지네요.
여러분은 블루홀을 직접 가보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그레이트 블루홀 지질 형성 연구
우즈홀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블루홀 퇴적물 기후 기록 분석 연구(2018)
블루홀 잠수정 탐사 관련 보도 자료(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