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면 느껴지는 그 냄새
여러분, 바닷가에 도착해서 차 문을 열면 코끝에 확 닿는 그 독특한 바다 냄새를 기억하시나요. 짭짤하면서도 비릿한 이 냄새는, 사실 바닷물 자체의 냄새가 아니에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아주 작은 생물,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의 냄새입니다. 그런데 이 냄새는 단순히 코를 간질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아요. 바닷새가 먹이를 찾는 이정표가 되고, 어쩌면 하늘의 구름과 지구의 기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오늘은 바다 냄새에 숨어 있는 놀라운 과학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게요.
플랑크톤이 죽을 때 내놓는 냄새 물질
바다 냄새의 핵심 성분으로 꼽히는 물질이 '디메틸황화물(DMS, dimethyl sulfide)'이에요.
황이 들어 있는 이 기체는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냄새를 느낄 수 있어서, 흔히 바다 냄새의 주요 성분으로 이야기됩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식물플랑크톤이 죽으면 효소가 나와서 DMS가 만들어지고, 크릴처럼 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이 식물플랑크톤을 뜯어 먹을 때도 이 화학 신호가 방출돼 크릴을 먹는 새들을 불러들여요.
쉽게 비유하면, 플랑크톤이 공격받을 때 "여기 포식자가 있어요" 하고 사냥꾼을 부르는 구조 신호 같은 셈이에요.
육지에서도 곤충에게 공격받는 식물이 곤충의 천적을 불러들이는 화학물질을 내놓는 사례가 알려져 있어요. 바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미지]
① 설명: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위를 날아가는 바닷새와 수면의 플랑크톤
② 추천 검색어: "seabird ocean plankton scent foraging" / "바닷새 플랑크톤 냄새 먹이 탐색"
냄새로 망망대해에서 먹이를 찾는 새들
바다 한가운데에는 이정표가 없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알바트로스와 바다제비 같은 바닷새들은 이 냄새를 길잡이로 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의 가브리엘 네빗(Gabrielle Nevitt) 교수는 약 25년 동안 바닷새의 후각을 연구해 왔고, 최상위 포식자가 기후와 관련된 화학물질을 먹이 탐색과 항해에 쓴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한 연구자예요.
지금은 DMS가 바다제비류와 알바트로스에게 중요한 신호로 알려져 있고, 같은 개념이 펭귄, 물개, 상어, 바다거북, 산호초 물고기, 어쩌면 수염고래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해요.
앞서 살펴본 바다거북이 자기장으로 고향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에 이어, 냄새도 바다 동물의 중요한 내비게이션이라는 이야기죠.
2014년에는 이 관계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어요.
네빗 연구팀이 50년간의 바닷새 위 내용물 기록과 실험 결과를 합쳐 분석했더니, DMS에 반응하는 바닷새 종은 압도적으로 크릴을 먹고 있었고, 크릴은 다시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생물이었어요.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고, 바닷새와 플랑크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남극해는 철분이 부족한데, 크릴에는 철분이 풍부하고 새는 그중 일부만 흡수하기 때문에, 나머지가 배설물로 바다에 돌아가 플랑크톤 성장을 돕는다는 거예요.
냄새가 구름을 만든다는 가설
DMS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지는 건 하늘로 올라가면서부터예요.
1980년대 중반 로버트 찰슨, 제임스 러브록, 마이너트 안드레애, 스티븐 워런은 이 기체가 지구 기후를 조절할 수 있다는 'CLAW 가설'을 발표했어요. 대기 중에서 DMS가 산화되어 황산염 입자가 되고, 이것이 구름의 씨앗(응결핵) 역할을 하면 구름이 늘어나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식물플랑크톤이 늘고, DMS가 늘고, 구름이 늘고, 햇빛 반사가 늘어 지구가 식는 음의 되먹임 고리가 된다는 시나리오예요.
바다의 작은 생물이 스스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설이었죠.
하지만 가설은 아직 논쟁 중
다만 이 가설이 그대로 증명된 건 아니에요.
2011년 네이처에 실린 리뷰에서 퀸과 베이츠는 20여 년간의 대기 관측, 실험실 연구, 모델링 결과를 종합해, DMS가 구름 응결핵를 생물학적으로 조절하는 고리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응결핵의 공급원과 구름이 입자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이 20년 전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러면서 이 가설을 이제 접을 때가 됐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DMS의 의미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냄새 신호로서의 생태적 역할은 별개로 계속 연구되고 있고, 네빗 교수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가 기후 조절에 중요할 수 있음에도 기후 모델에서는 대부분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게다가 이런 바닷새들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종이 취약종이거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어서, 먹이사슬이 흔들리면 바다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됩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바다 냄새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바다 냄새의 정체인 DMS가 플랑크톤의 구조 신호이자 바닷새의 길잡이이고, 한때는 기후를 조절한다는 가설의 주인공이었다는 이야기를 알아봤어요.
기후 조절 가설은 논쟁 끝에 힘을 잃었지만, 냄새로 먹이사슬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다음에 바닷가에서 그 익숙한 냄새를 맡으신다면, 그 안에 플랑크톤과 바닷새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떠올려보셔도 좋겠어요.
여러분은 바다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카테고리: 바다에서 시작된 과학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지구 산소의 절반을 만드는 건 나무가 아니라 플랑크톤이라고요
새끼손가락만 한 크릴새우가 남극 생태계 전체를 떠받친다
바다거북은 어떻게 태어난 해변을 몇십 년 뒤에 다시 찾아올까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Savoca & Nevitt, PNAS(2014), 'DMS가 해양 1차 생산자와 최상위 포식자 간 상리공생을 돕는다는 증거'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 연구 보도자료 'Plankton make scents for seabirds and a cooler planet'(2014)
Nevitt, 'The Neuroecology of Dimethyl Sulfide', 학술 심포지엄 논문 (CLAW 가설 배경)
Quinn & Bates, Nature(2011), 'The case against climate regulation via oceanic phytoplankton sulphur emissions'
#DMS #바다냄새 #플랑크톤 #바닷새 #CLAW가설 #해양화학 #바다에서시작된과학 #바다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