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이어진 바닷속 폭염
여러분, 여름철 폭염 뉴스는 자주 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바다에도 폭염이 찾아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3년 말부터 북태평양 알래스카 앞바다에 평소보다 수온이 3도 가까이 높은 거대한 따뜻한 물덩어리가 생겨났고, 이 물덩어리는 2016년까지 이어지며 해양 생태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이상 고수온 현상에 '더 블롭(The Blob)'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요. 오늘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해양 열파'의 정체와, 그것이 남긴 흔적을 함께 알아볼게요.
해양 열파란 무엇일까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는 특정 해역의 수온이 과거 같은 시기의 기록 중 상위 10퍼센트 수준을 넘어서는 상태가 5일 이상 이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육지의 폭염처럼 바다에도 이상 고온이 한동안 이어지는 거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더 블롭은 2013년 말 북태평양 알래스카만에서 시작돼, 가장 심했던 시기에는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해안까지 뻗어나갔어요.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약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평년보다 섭씨 2.5~3도 높은 수온을 기록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이었어요.
2013년 겨울 북태평양 상공에 오랫동안 머문 강한 고기압이 바람을 약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지 못한 채 표층에 열이 쌓이면서 수온이 올라갔다고 해양학자들은 설명하고 있어요.
여기에 엘니뇨 영향까지 겹치면서 고수온이 더 오래 이어졌다고 합니다.
해양 열파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 길고, 더 강하고,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 추천 이미지]
① 설명: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편차를 붉은색으로 표시한 위성 관측 지도
② 추천 검색어: "marine heatwave Blob Pacific sea surface temperature" / "해양열파 블롭 태평양"
먹이사슬이 줄줄이 무너지다
이 따뜻한 물덩어리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해양 생태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벌어졌어요.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플랑크톤이에요.
평소 차갑고 영양분 많은 물에서 번성하던 지방 풍부한 플랑크톤이 줄고, 그 자리를 영양가가 낮은 작은 플랑크톤이 차지했습니다.
앞서 다뤘던 플랑크톤 이야기처럼,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층이 바뀌자 그 위의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은 거예요.
영양가 없는 먹이를 먹은 물고기들은 굶주리기 시작했고, 이를 먹는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도 큰 타격을 입었어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 시기 알래스카만에서 '바다오리(common murre)' 약 100만 마리가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록상 최대 규모의 바닷새 집단 폐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굶주린 바다사자 새끼들이 해변으로 대거 떠밀려와 구조 센터가 포화 상태가 됐고, 알래스카 대구 어업도 크게 줄어들어 어업 종사자들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해양 열파가 단순히 수온이 오르는 문제를 넘어, 어업과 지역 경제까지 흔드는 재난이 된 셈이에요.
독성 조류가 해안을 덮치다
더 블롭 시기에는 또 다른 위협도 함께 찾아왔어요.
따뜻한 물에서 급증한 독성 조류가 서부 연안을 따라 대규모로 번성하면서, 조개류와 게에 독소가 축적돼서 연안 어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적조의 원리와 같아요.
NOAA 연구팀은 이때 발생한 독성 조류 대발생이 북미 서부 연안에서 기록상 가장 넓은 범위였다고 밝히고 있어요.
이 사건은 해양 열파가 서로 다른 여러 위험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어요.
굶주림과 독성, 그리고 서식지 이동까지, 바닷속 생물들에게 여러 압박이 한꺼번에 가해진 거죠.
한국 바다는 안전할까
해양 열파는 먼 이야기가 아니에요.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바다도 최근 수십 년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수온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여름철 고수온 특보가 발령되면 양식장의 넙치, 조피볼락 등이 폐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2016년과 2018년에는 한반도 연안에서도 이례적인 고수온이 이어져 양식 어류 수백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인공위성과 관측 부이를 이용해 해양 열파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어민들에게 조기 경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해양 열파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바다에도 폭염이 있고, 그 폭염이 먹이사슬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블롭 사례로 알아봤어요.
수온이 몇 도 오르는 것만으로 바닷새 100만 마리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볍게 들리지 않으시죠.
바다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우리 식탁과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바다의 폭염 이야기를 오늘 처음 접하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양 열파 및 더 블롭(The Blob) 관련 공식 자료
미국지질조사국(USGS), 알래스카만 바다오리 집단 폐사 관련 연구
국립수산과학원, 한반도 연안 고수온 및 양식 어류 폐사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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