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들어가는 유일한 도마뱀
여러분, 위기가 닥치면 몸집 자체를 줄여서 버티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살이 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뼈의 길이까지 짧아졌다가 다시 자라는 동물이에요. 주인공은 남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바다이구아나입니다. 앞서 엘니뇨와 라니냐 이야기에서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먹이사슬을 흔든다는 걸 살펴봤는데, 이 도마뱀은 바로 그 엘니뇨가 몰고 오는 기근을 '몸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텨냅니다. 오늘은 학계를 놀라게 한 이 신기한 생존법을 함께 알아볼게요.
세계 유일의 바다 도마뱀
바다이구아나는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는 이구아나예요.
갈라파고스 제도의 바위 해안에서 붉은 조류와 녹조류를 먹고 사는 초식 동물이고, 이 도마뱀이 발견되는 곳은 갈라파고스뿐이에요.
이구아나 가운데 바다 환경에 의존해 사는 유일한 종으로, 물속에 잠수해서 해조류를 뜯어 먹습니다.
평소 갈라파고스 주변에는 서쪽과 남쪽에서 흘러오는 차갑고 영양분 많은 해류가 닿아서 해조류가 풍부해요.
그런데 엘니뇨가 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엘니뇨 해에는 따뜻한 해류와 폭우로 수온이 오르고, 이구아나가 좋아하는 녹조류와 홍조류 대신 소화가 잘 안 되는 갈조류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수온이 섭씨 32도 가까이 치솟는 시기에는 영양가가 낮은 갈조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해요.
엘니뇨 때 바다의 수온과 먹이사슬이 바뀌는 원리는, 지구 반대편 태평양 해류가 한 생물의 몸 크기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AI 이미지]
① 설명: 갈라파고스 바위 해안에서 해조류를 뜯는 바다이구아나
② 추천 검색어: "Galapagos marine iguana algae underwater" / "갈라파고스 바다이구아나 해조류"
20퍼센트나 짧아졌다가 다시 자란다
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건 2000년 1월이에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마틴 비켈스키와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의 코리나 톰 연구팀은 네 차례의 엘니뇨 동안 약 6,000마리의 바다이구아나를 관찰했고, 100마리가 넘는 개체에서 몸이 짧아졌다 다시 자라는 가역적 변화를 확인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어요.
이구아나들은 2년간 이어진 엘니뇨 기근 동안 몸길이가 최대 20퍼센트까지 줄었고, 코에서 항문까지 잰 길이가 최대 6.8센티미터 줄어든 사례도 있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연구자들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어요.
1982
83년, 1987
88년, 1992
93년, 1997
98년에 몸이 줄어드는 기록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측정 오류로 넘겼다가, 이 시기가 모두 엘니뇨 해라는 패턴을 발견했어요.
1997~98년 엘니뇨 때는 일부 이구아나가 체중의 3분의 1 넘게 줄어들며 길이도 최대 20퍼센트 줄었다고 해요.
연구팀은 지방이나 연골, 결합조직이 줄어든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뼈 자체가 흡수된 것으로 보았어요.
엘니뇨가 끝난 뒤 살아남은 이구아나들이 잘 먹고 살이 오르면 다시 길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뼈가 줄었다가 다시 자란다는 점이 특히 특별해요.
당시 연구에서는 척추동물 중 뼈를 이렇게 되살린 사례로 이구아나가 처음 확인됐다고 소개됐어요.
작아지는 게 왜 유리할까
그런데 왜 굳이 몸을 줄이는 걸까요.
연구팀은 작아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가설을 세웠어요.
비켈스키는 몸이 줄면 날씬해지고 입도 작아져서 아주 적은 해조류를 더 효율적으로 뜯을 수 있다고 설명했고, 1센티미터 정도 줄면 생존율이 10퍼센트 높아지고 더 줄면 최대 35퍼센트까지 높아진다고 했어요.
실제로 1992~93년 엘니뇨 때 더 많이 줄어든 이구아나가 더 오래 살았고, 몸집이 작을수록 에너지를 적게 쓰고 먹이를 효율적으로 먹는다는 해석이에요.
다만 이 해석에 이견도 있습니다.
다른 연구자는 바다이구아나가 하루 에너지의 10퍼센트도 안 되는 양만 먹이 잠수에 쓴다는 점을 들어, 몸이 줄어드는 것이 효율을 얼마나 높이는지, 이를 적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뼈 길이 변화를 확인하려면 엑스선 같은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어요.
몸이 어떻게 줄어드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엘니뇨 스트레스가 뼈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할 뿐이에요.
엘니뇨를 견디는 또 하나의 전략
몸을 줄이는 것만이 전략은 아니에요.
엘니뇨로 개체 수의 70퍼센트가 죽을 수 있지만, 살아남은 이구아나들은 더 자주 번식하고 한 번에 더 많은 알을 낳아서 3~4년이면 개체 수가 회복된다고 해요.
엘니뇨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갈라파고스에서, 이구아나는 수명 약 28년 동안 몸이 줄고 느는 과정을 여러 번 겪게 됩니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의학적 가능성 때문이기도 해요.
사람은 노화나 우주 비행으로 뼈가 줄면 길이와 밀도를 되찾기 어려운데, 연구자는 어떤 호르몬이나 생리 기전이 뼈를 다시 자라게 하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어요.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구 과제이며, 사람에게 바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엘니뇨가 오면 몸을 20퍼센트까지 줄였다가 풍년이 오면 다시 키우는 바다이구아나의 이야기를 알아봤어요.
태평양 바닷물 온도 변화가 한 도마뱀의 뼈 길이까지 바꾼다는 점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왜, 어떻게 줄어드는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바다 생물이 품은 수수께끼가 얼마나 많은지 다시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은 동물이 몸집을 줄여서 위기를 버틴다는 이야기를 알고 계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카테고리: 희소 생물과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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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Wikelski & Thom, Nature(2000.1.6), 갈라파고스 바다이구아나 가역적 몸 줄어듦 연구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연구 보도자료(2000.1.10)
Science News, 'Famine reveals incredible shrinking iguanas'
텍사스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UTMSI), 'The Incredible Shrinking Iguana'
오리건대학교 환경 관련 학과 자료, 바다이구아나 몸 줄어듦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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