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의 조상이 바닷속에 살고 있다면
여러분, 지금 손에 든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바다 물고기에서 영감을 얻은 발명의 후손이라면 믿으시겠어요. 200여 년 전, 이탈리아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세계 최초의 전지를 만들 때 그가 모델로 삼은 것이 바로 전기가오리의 발전 기관이었습니다. 바다 생물이 만들어내는 전기가 인류의 전기 연구를 한 걸음씩 이끌어온 셈인데요. 오늘은 전기가오리에서 시작된 전기 과학의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게요.
고대 로마 의사가 두통에 처방한 물고기
전기가오리의 존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어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이 물고기에 닿으면 몸이 저릿하게 마비되는 현상을 알고 있었고, 로마 시대 의사 스크리보니우스 라르구스는 두통과 통풍 치료에 전기가오리의 충격을 이용했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그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1,500년 넘게 수수께끼였어요.
독이나 마법 같은 설명이 오갔을 뿐, 전기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죠.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건 18세기 후반이었어요. 1770년대 영국의 존 월시(John Walsh)는 전기가오리가 주는 충격이 실제 전기 현상임을 실험으로 보여줬고, 그 결과를 왕립학회에 보고했습니다. 같은 시기 영국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는 전기가오리의 충격을 흉내 내려고 라이덴병 여러 개를 연결한 '인공 전기가오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해요.
동물의 몸이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자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발견이었어요. 전기가 살아있는 생명과도 연결돼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 추천 이미지]
① 설명: 바다 모래 바닥에 몸을 낮추고 있는 전기가오리와 몸의 윤곽
② 추천 검색어: "torpedo electric ray ocean sand" / "전기가오리 해저 모래"
볼타가 만든 '인공 전기 기관'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는 이런 연구 흐름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어요.
동물이 만드는 전기의 원리를 사람이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는 없을까.
1800년, 그는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천을 끼워 넣고 이를 층층이 쌓아 올린 장치를 발표했어요.
이것이 '볼타 전지(voltaic pile)'로, 세계 최초로 안정적인 전류를 계속 만들어낸 전지입니다.
볼타는 이 장치를 전기가오리와 전기뱀장어의 발전 기관에 빗대어 '인공 전기 기관'이라고 설명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전기가오리의 발전 기관은 실제로 구조가 비슷해요.
'전기세포(electrocyte)'라고 불리는 납작한 세포들이 마치 동전을 쌓은 것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이 세포들이 한꺼번에 작은 전압을 만들어내면서 합쳐져 큰 전압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전지를 직렬로 연결해서 전압을 높이는 원리와 닮았죠.
종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가오리가 한 번에 만들어내는 전압은 수십 볼트에서 큰 종은 200볼트 안팎까지 보고돼요.
먹이를 기절시키거나 포식자를 쫓는 데 쓰이는 이 전기가, 인류에게는 전기 시대의 문을 여는 힌트가 된 거죠.
신경과학의 열쇠도 전기가오리에서 나왔다
전기가오리의 기여는 볼타 전지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20세기 후반, 신경과학자들은 신경이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 데 쓰는 핵심 단백질,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분리해내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이 수용체는 우리 몸에서 극히 적은 양만 존재해서 분리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전기가오리의 발전 기관에는 이 수용체가 아주 풍부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1970년대 여러 연구팀이 전기가오리의 발전 기관에서 이 수용체를 최초로 분리하고 분석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 연구는 신경이 신호를 주고받는 분자 수준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기반이 됐고, 지금도 근육 질환이나 신경 질환 연구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바다 물고기의 몸이 만들어내는 전기가 전기 시대의 문을 열었고, 그 몸속에 있던 단백질이 신경과학의 문까지 열어준 셈이에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고대 로마의 두통 치료부터 최초의 전지, 그리고 신경과학의 핵심 단백질 발견까지, 전기가오리가 과학사에 남긴 흔적을 알아봤어요.
눈에 띄지 않는 바다 물고기 한 종이 인류의 전기 지식을 이렇게 크게 넓혀줬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우리가 매일 쓰는 배터리 속에도 바다의 이야기가 조금은 녹아 있다고 생각하면, 바다가 한결 가깝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바다에서 시작된 과학 이야기 중 어떤 것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카테고리: 바다에서 시작된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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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존 월시의 전기가오리 충격 연구 보고(1770년대)
볼타의 전지 발표 및 인공 전기 기관 관련 전기사 자료(1800년)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전기가오리 발전 기관 분리 관련 신경과학 연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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