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은 바다 속에 있다
여러분, 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히말라야나 안데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답은 바다 밑에 있어요. 전 세계 바다를 이어 달리는 '해령(mid-ocean ridge)'의 길이는 약 6만 5천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산맥은 1950년대까지 사실상 지도에 그려지지 않았어요. 오늘은 이 보이지 않던 바다 밑을 처음 그려낸 한 여성 과학자와, 그 지도가 지구과학의 상식을 뒤집은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게요.
소리로 바다 밑바닥을 재다
1940~50년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몬트 연구소의 브루스 히젠(Bruce Heezen)과 마리 타프(Marie Tharp)는 대서양 바닥의 지도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어요.
당시에는 위성도 잠수정도 없었어요.
연구선이 바다 위를 지나가며 소리를 쏘아 바닥에서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는 '음향측심'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SOFAR 채널처럼, 소리가 물속에서 멀리 빠르게 전달된다는 성질을 이용한 기술이에요.
그런데 당시 이 연구소에서는 여성이 연구선에 오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타프는 직접 바다에 나가는 대신, 히젠과 동료들이 선상에서 얻어온 측심 자료를 책상 앞에서 하나하나 정리하고 그려서 바다 밑 지형의 단면도를 만들었습니다.
라몬트 연구소의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수많은 측정선을 이어 붙이며 대서양 바닥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려나갔다고 해요.
당시 과학자들은 바다 밑바닥이 평평하고 단조로운 진흙 평원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어요. 이 가정이 처음으로 무너진 것이 바로 이 지도였습니다.

[① 설명: 마리 타프가 그린 대서양 해저 지형도와 중앙 해령의 갈라진 골짜기
② 추천 검색어: "Marie Tharp ocean floor map Mid-Atlantic Ridge" / "마리 타프 해저지도"]
산맥 한가운데 갈라진 골짜기를 발견하다
타프가 지도를 그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어요.
대서양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해저 산맥, 대서양 중앙 해령을 따라 그 정상부 한가운데가 길게 갈라진 골짜기처럼 움푹 파여 있었던 거예요.
이 '열곡(rift valley)'은 마치 땅이 양쪽으로 벌어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골짜기의 위치가 지진이 일어나는 지점과 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어요.
이를 연결하면, 이곳이 땅이 갈라지고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는 현장일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이 해석이 당시 지구과학계의 정설과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대륙이 움직인다'는 대륙이동설을 믿지 않았어요.
히젠 역시 처음에는 타프의 해석을 믿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이후 더 많은 자료가 쌓이면서, 지진 분포와 해저 지형이 그녀의 해석과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바다 밑에서 지각이 새로 태어난다
이 발견은 곧 해저 확장설과 판구조론의 핵심 증거가 됐어요.
1960년대 초반, 미국 지질학자 해리 헤스(Harry Hess)는 해령에서 마그마가 솟아올라 새로운 해저 지각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양쪽으로 서서히 밀려난다는 '해저 확장설'을 제안했어요.
이어 해저 암석에 새겨진 지구 자기장의 줄무늬 패턴이 해령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가설은 강력한 증거를 얻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해령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고 있고, 그 확장 속도는 대서양에서 1년에 몇 센티미터 정도,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고 해요.
이렇게 느린 움직임이 수억 년 동안 쌓이면서 대양이 넓어지고 대륙이 이동해 온 거죠.
앞서 해저 화산과 열수구, 환초 이야기를 하며 살펴봤던 바다 밑 지질 현상들이 사실은 모두 이 거대한 판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는 셈이에요.
뒤늦게 인정받은 지도 제작자
타프는 평생 이 작업에 헌신했고, 말년에야 널리 인정받았어요.
1970년대에는 오스트리아 화가 하인리히 베란(Heinrich Berann)과 협업해서, 전 세계 바다 밑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해저 지도를 완성했는데, 이 지도는 지금도 교과서와 박물관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요.
1997년에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그녀를 20세기 가장 중요한 지도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선정해 기념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바다 밑을 들여다보는 일이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열쇠가 됐다는 점, 그리고 그 열쇠를 쥔 사람이 오랫동안 배에 오르지 못한 한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과학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소리로 바다 밑을 재고 지도 한 장으로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준 마리 타프의 이야기를 알아봤어요.
눈에 보이지 않던 바다 밑을 그려낸 일이 지구과학의 가장 큰 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으신가요.
우리가 딛고 선 땅이 지금도 손톱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바다가 지구의 비밀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은 바다에서 시작된 과학 이야기 중 또 어떤 것이 궁금하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중앙 해령과 해저 확장 관련 공식 자료
컬럼비아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 마리 타프와 브루스 히젠의 대서양 해저 지도 제작 관련 자료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마리 타프 20세기 주요 지도 제작자 선정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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