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등고래는 30분짜리 노래를 부르고, 온 무리가 유행처럼 따라 배운다
바닷속에서 울려 퍼지는 30분짜리 대서사시
여러분, 사람이 만든 어떤 노래보다도 길고 복잡한 곡을 부르는 동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혹등고래 수컷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30분이 넘는 정교한 노래를 부르고, 이 노래를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이어 부릅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이 노래는 매년 조금씩 바뀌고, 마치 유행가처럼 무리 전체가 새로운 버전을 함께 배워 부른다고 해요. 오늘은 바닷속에 울려 퍼지는 혹등고래의 신비로운 노래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게요.
성대도 없이 어떻게 노래를 부를까
혹등고래의 노래는 1970년, 미국 생물학자 로저 페인(Roger Payne) 박사 연구팀이 처음 녹음해서 세상에 알린 이후 큰 화제를 모았어요. 당시 발매된 혹등고래 노래 음반은 대중음악 차트에까지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해요.
흥미로운 점은 혹등고래에게는 사람이나 다른 육상동물처럼 성대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그럼 대체 어떻게 이런 복잡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혹등고래는 목구멍 안쪽에 있는 독특한 U자 모양의 후두 구조를 이용해서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공기를 폐와 특수한 공기주머니 사이로 왔다 갔다 밀어내면서, 이 U자형 구조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이는 사람이나 다른 육상 포유류의 발성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진화의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음악처럼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가장 작은 단위인 '음(unit)'들이 모여 짧은 '구절(phrase)'을 이루고, 이 구절이 몇 차례 반복되면 하나의 '테마(theme)'가 되며, 여러 테마가 순서대로 이어지면 하나의 완전한 '노래(song)'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는 방식으로, 수컷 혹등고래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 넘게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흥미롭게도 노래를 부르는 건 오직 수컷뿐이고, 주로 번식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에요. 그래서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 노래가 짝짓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습니다.

매년 조금씩 바뀌는 유행가
혹등고래 노래에서 가장 신비로운 부분은, 이 노래가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한다는 사실이에요.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연구팀의 장기 관찰 연구에 따르면, 같은 지역에 사는 혹등고래 무리는 매 번식기마다 조금씩 바뀐 새로운 버전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경향이 확인됐어요. 더 놀라운 건, 한 지역의 무리가 완전히 새로운 노래 스타일을 개발하면 이 노래가 이웃한 다른 지역 무리에게까지 전파되면서, 몇 년에 걸쳐 마치 유행가처럼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현상까지 관찰됐다는 점이에요.
연구팀은 이를 '문화적 전파(cultural transmission)'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인간 외의 동물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문화적 유행 확산이 확인된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고 해요. 쉽게 비유하면, 마치 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유행가가 입소문을 타고 이웃 나라들로 퍼져나가는 모습과 비슷한 셈이죠.
노래의 진짜 목적은 여전히 미스터리
수십 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혹등고래가 왜 이렇게 정교하고 긴 노래를 부르는지 정확한 목적은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가장 오래된 가설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 행동이라는 설명이에요. 그런데 실제 관찰 연구에서는 암컷이 노래하는 수컷에게 특별히 더 끌리는 모습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아서,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도 있어요.
대신 최근에는 노래가 다른 수컷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알리는 신호이거나, 수컷들 사이의 서열을 확인하는 사회적 소통 수단일 수 있다는 가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관련 연구자들은 노래하는 수컷 주변에 다른 수컷들이 모여들어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된 사례를 근거로, 이 노래가 단순한 구애를 넘어 다목적 소통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혹등고래의 노래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성대도 없이 독특한 후두 구조로 30분 넘는 정교한 노래를 만들어내고, 그 노래가 유행가처럼 해를 거듭하며 퍼져나가는 혹등고래의 신비로운 세계를 알아봤어요. 정확한 목적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광활한 바닷속에서 이렇게 정교한 음악적 소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정말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은 혹등고래의 노래를 실제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UC Santa Cruz), 혹등고래 발성 구조 연구(2024)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혹등고래 노래 문화적 전파 장기 연구
하와이대학교(University of Hawaii) 관련 연구자, 혹등고래 노래 목적 관련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