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소용돌이치는 물고기 떼
여러분, 정어리 수만 마리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영상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휘자도, 리더도 없어 보이는데 이 엄청난 수의 물고기가 어떻게 부딪히지도 않고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며 움직일 수 있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했는데요. 오늘은 물고기 떼가 만들어내는 이 놀라운 집단 지성의 비밀을 함께 알아볼게요.
딱 두 마리 이웃만 보고 판단한다
물고기 떼의 움직임, 즉 ’군집 유영(schooling)’을 오랫동안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리더가 있을 거라 가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실제 연구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각각의 물고기는 전체 무리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오직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몇 마리, 많아야 6~7마리 정도의 이웃만 보고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제 관찰을 통해, 물고기가 다음 세 가지 단순한 규칙만 따라도 거대한 무리 전체의 정교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어요.
첫 번째는 ’정렬(alignment)’로, 주변 이웃들이 향하는 방향과 비슷하게 자신도 방향을 맞추는 거예요. 두 번째는 ’응집(cohesion)’으로, 이웃들과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무리 중심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규칙입니다. 세 번째는 ’분리(separation)’로, 바로 옆 이웃과 부딪히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거예요.
이 세 가지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개별 물고기는 전체 그림을 전혀 모른 채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무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거죠. 과학자들은 이렇게 개별 구성원의 단순한 상호작용에서 예상치 못한 정교한 전체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emergence)’이라고 부릅니다.
흥미롭게도 이 원리는 새 떼의 군무나 심지어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내는 보행 패턴과도 매우 비슷한 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생존 전략
그렇다면 물고기들은 왜 이렇게까지 정교한 무리를 이루며 헤엄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예요.
수만 마리가 한 덩어리로 뭉쳐 움직이면, 포식자 입장에서는 특정 개체 하나를 정확히 조준해서 사냥하기가 매우 어려워져요. 이런 현상을 ’혼란 효과(confusion effect)’라고 부르는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실제로 상어나 참치 같은 포식자가 흩어진 소수의 물고기보다 밀집된 무리를 사냥할 때 성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해요.
또한 무리 지어 다니면 포식자가 접근했을 때, 그 위협을 가장 먼저 감지한 개체의 반응이 순식간에 전체 무리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면서 다 함께 회피 기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때로는 정어리 떼가 포식자에게 쫓기다가 거대한 공 모양으로 뭉치는 ‘베이트 볼(bait ball)’ 현상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개체 하나하나가 무리 중심으로 파고들며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본능적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해양생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헤엄치는 데 에너지도 아낀다
군집 유영에는 또 다른 실용적인 이점도 있어요. 바로 에너지 절약이에요.
물고기가 헤엄칠 때는 몸 주변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데, 뒤따르는 물고기가 이 소용돌이의 흐름을 적절히 활용하면 마치 사이클 선수들이 서로의 뒤에서 바람의 저항을 줄이며 달리는 것처럼 헤엄치는 데 드는 힘을 아낄 수 있다고 해요. 하버드대학교 유체역학 연구팀은 물고기가 앞선 개체가 만든 소용돌이 위치를 정교하게 계산해서 자리를 잡는다면, 개별로 헤엄칠 때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같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겹치면서 청어, 정어리,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은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리 짓는 습성을 강하게 발달시켜온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이 집단 지성이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오늘은 리더도 지휘자도 없이, 오직 몇 마리 이웃만 살피는 단순한 규칙만으로 거대한 무리 전체가 정교하게 움직이는 물고기 떼의 비밀을 알아봤어요. 포식자를 혼란시키고 에너지까지 아끼는 이 정교한 시스템이,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규칙 몇 가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자연이 만들어낸 이 소박하면서도 정교한 집단 지성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네요.
여러분은 물고기 떼의 움직임을 직접 보신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공동 연구팀, 물고기 군집 유영 규칙 연구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물고기 떼 혼란 효과 및 포식자 회피 관련 자료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유체역학 연구팀, 물고기 군집 에너지 절약 연구
#물고기떼 #군집유영 #베이트볼 #창발현상 #해양생물 #NOAA #자연과학상식 #바다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