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던 불가사리가 하루 만에 흐물흐물 녹아버렸다고요
여러분, 어제까지 바위에 단단히 붙어있던 불가사리가 다음 날 갑자기 몸이 뒤틀리고 팔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며 녹아내렸다면 믿으시겠어요. 공포영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는 2013년부터 북미 태평양 연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에요. 불과 몇 년 사이 수십억 마리의 불가사리가 이런 방식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과학자들도 정확한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씨름해야 했던 이 재앙, 바로 ‘불가사리 소모성 질환’ 이야기를 오늘 함께 알아볼게요.
하루 만에 팔이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증상
이 질병의 정식 명칭은 ’불가사리 소모성 질환(sea star wasting disease, SSWD)’이에요.
증상은 매우 급격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진행돼요. 처음에는 몸 표면에 하얗게 병변이 생기기 시작하다가, 곧이어 조직이 뒤틀리며 갈라지고, 심한 경우 하루이틀 만에 팔이 몸통에서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까지 합니다. 결국 몸 전체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완전히 녹아 사라지는 방식으로 폐사에 이르러요.
미국 코넬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폐사 사태로 캐나다 서부 해안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멕시코 인근까지 북미 태평양 연안 전역에서 최소 20종 이상의 불가사리가 영향을 받았고, 일부 종은 개체수가 최대 90퍼센트 이상 급감했다고 해요.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종은 ’해바라기불가사리(sunflower sea star)’였어요. 팔이 최대 24개까지 달리고 지름이 1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게 자라는 이 불가사리는, 이 질병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질병이 특히 무서웠던 이유는 확산 속도예요. 연구자들은 수족관에 갇힌 개체 사이에서도 단 며칠 만에 병이 옆 개체로 옮겨가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히고 있어요.

원인을 찾아 헤맨 과학자들의 긴 여정
이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특정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됐어요. 2014년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불가사리 관련 덴소바이러스(sea star-associated densovirus)’라는 바이러스를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후속 연구에서 이 가설에 반박하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2020년,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와 코넬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다시 정밀 분석을 진행한 결과, 앞서 지목됐던 바이러스는 건강한 불가사리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독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대신 이 연구팀은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니라 특정 박테리아 그룹, 그중에서도 산소를 소모하는 박테리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새롭게 제기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들이 불가사리 몸 주변의 산소를 급격히 고갈시켜서, 결과적으로 불가사리가 저산소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조직이 괴사하는 방식으로 병이 진행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어요. 다만 이 역시 완전히 확정된 결론은 아니며, 해수 온도 상승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불가사리가 사라지자 벌어진 연쇄 붕괴
이 질병이 무서운 이유는 불가사리 개체수 감소 자체를 넘어, 생태계 전체에 미친 파급효과 때문이에요.
해바라기불가사리는 성게를 잡아먹는 주요 포식자 중 하나였어요. 앞서 해달 이야기에서 살펴봤듯, 성게를 조절해주는 포식자가 사라지면 성게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켈프 숲이 초토화될 위험이 커져요.
실제로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해바라기불가사리 개체수가 급감한 해역에서, 뒤이어 성게 개체수가 크게 늘고 켈프 숲이 광범위하게 사라지는 연쇄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어요. 불가사리 하나의 질병이 결국 해달과 비슷한 방식으로 켈프 숲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아쇠가 된 셈이에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오늘은 하루 만에 몸이 녹아내리는 끔찍한 질병으로 수십억 마리가 사라진 불가사리 소모성 질환 이야기를 알아봤어요. 정확한 원인조차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불가사리 하나의 감소가 켈프 숲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무겁게 다가오네요. 바닷속 생물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 이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불가사리 하나가 이렇게 큰 생태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즈(UC Santa Cruz), 불가사리 소모성 질환 초기 연구(2014)
워싱턴주립대학교(Washington State University) & 코넬대학교, 박테리아 원인설 재분석 연구(2020)
오리건주립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 해바라기불가사리 감소와 켈프 숲 붕괴 연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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