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바다, 아름다움 뒤에 숨은 재앙
여러분, 붉은 노을처럼 바다 전체가 핏빛으로 물든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얼핏 보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 현상 같지만, 이건 사실 어민들에게는 악몽 같은 재난의 신호예요. 바로 ‘적조(red tide)’ 현상인데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조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만으로, 하룻밤 사이 양식장의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이 무서운 현상의 정체를 함께 알아볼게요.
특정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
적조는 정확히 말하면 특정 미세조류나 와편모조류 같은 식물플랑크톤이 짧은 시간 안에 비정상적으로 대량 증식하는 현상을 말해요. 학술적으로는 ’유해 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 HAB)’이라고 부릅니다.
앞서 살펴봤던 플랑크톤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평소 플랑크톤은 바다 먹이사슬의 시작점이자 산소를 만드는 고마운 존재예요. 그런데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특정 종의 플랑크톤만 유독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색소를 가진 조류의 양이 워낙 많아지면서 바닷물 색깔 자체가 붉은색, 갈색, 심지어 녹색으로 변해버리는 거예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적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종은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이나 ‘카레니아(Karenia)’ 같은 와편모조류인데, 이들이 대량 증식하는 조건에는 높은 수온, 풍부한 영양염류, 그리고 안정적인 해류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특히 육지에서 흘러드는 비료 성분이나 하수, 축산 폐수에 포함된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가 바다로 과도하게 유입되면, 이 플랑크톤들이 폭발적으로 자랄 영양분을 제공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이 배출한 오염물질이 적조 발생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는 셈이에요.
모든 적조가 다 해롭거나 위험한 건 아니에요. 단순히 물색만 바뀌고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가는 무해한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거나, 과도한 산소 소비를 일으키는 특정 종류의 적조예요.

물고기가 질식하거나 독소에 중독되는 이중 위협
적조가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산소 고갈’이에요.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 한꺼번에 죽어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바닷물 속 산소를 대량으로 소비하게 돼요. 그 결과 해당 해역의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빈산소 현상’이 발생하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물고기와 양식장 어류가 산소 부족으로 대량 폐사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독소 생성’이에요. 일부 적조 원인종은 마비성 패류독소나 신경독소 같은 강력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요. 이 독성 플랑크톤을 조개나 굴 같은 패류가 걸러 먹으면, 독소가 패류의 몸속에 그대로 축적됩니다. 문제는 이 독소가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인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독소가 축적된 패류를 사람이 섭취하면 마비성 조개독 중독 같은 심각한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서는 당국이 조개류 채취와 판매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오랜 골칫거리
우리나라도 적조로부터 자유롭지 않아요.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매년 여름철이 되면 남해안을 중심으로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이라는 원인종에 의한 적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양식업계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해요. 이 적조는 특히 물고기 아가미에 물리적으로 달라붙어 호흡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어류를 폐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 어민들은 황토를 바닷물에 살포해서 적조 생물을 가라앉히는 방제 작업을 오랫동안 활용해왔어요. 황토 입자가 조류 세포에 달라붙어 무게를 더하면서 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원리인데,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방법이 비교적 친환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로 더 잦아지는 위협
최근 들어 적조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적조 원인종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 조건이 더 자주 형성되고, 여기에 연안 개발과 농업 활동으로 인한 영양염류 유입까지 겹치면서 적조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여러 해양학자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기존에는 적조가 드물었던 해역까지 새롭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여러분은 적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은 바닷속 생태계와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적조 현상에 대해 알아봤어요. 작은 플랑크톤 하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으신가요. 결국 사람이 배출한 오염물질도 이 현상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적조로 붉게 물든 바다를 직접 보신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참고 및 원본 출처 (Reference List)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Harmful Algal Bloom 관련 공식 자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패류독소 및 적조 건강 영향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안 코클로디니움 적조 및 황토 방제 관련 자료
